.새벽 5시 20분. 세상이 아직 잠든 시간에 누군가는 조용히 휴대폰을 켭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걱정이 많아서. 너무 외로워서.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것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닉네임으로 들어와 이름 없이 앉아 함께 군가를 부르고, 동요를 부르고, 웃다가 울다가, 서로의 새벽을 함께 버텨내는 방송.
이것은 그 방송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방송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방송이 끝난 뒤 댓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방송 들으러 왔습니다."
닉네임은 겨울바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방장 미영의 손이 멈췄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서.
미영은 답글을 남겼습니다. 내일도 꼭 오세요.
그리고 며칠 뒤 겨울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고백했습니다. 그날 죽으려고 했다고. 마지막으로 방송을 듣고 싶어서 들어왔다고. 그런데 방장님의 댓글 하나를 보고 하루만 더 살아보기로 했다고.
내일도 꼭 오세요. 그 한 줄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이 소설에는 새벽 방송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30년 다닌 직장을 퇴직하고 정체성을 잃어버린 '태백산호랑이'. 치매 어머니를 돌보느라 자신이 사라져 가는 것 같은 '달빛편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 방송에 들어와 하트 하나를 남기는 '봄날의햇살'. 그리고 마지막이라며 들어왔다가 한 줄의 댓글로 다시 살아가기로 한 '겨울바다'.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모릅니다. 이름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새벽에 같은 방송을 보면서,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서로의 버팀목이 됩니다.
방장 미영도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을 위해 살다가 자신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 화려한 말솜씨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새벽에 거기 있어주는 사람.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기 때문에 위로가 되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방송이 끝나면 미영은 댓글을 읽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람의 마음을 읽듯이.
오늘도 버텼습니다. 엄마 생각났어요. 살아볼게요. 그 짧은 댓글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기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혼자 새벽을 버티고 있는 분들께,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것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께, 그리고 오늘 하루가 너무 무거운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드립니다.
당신의 한 줄이 누군가를 살립니다.
그리고 오늘도, 잘 살아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