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주고받는 메시지가 익숙해진 지금과 달리, 한때 우리는 ‘기다림’으로 이어진 시간을 살고 있었다.
메일을 보내고, 언제 올지 모를 답장을 기다리던 밤.
몇 줄의 문장을 쓰고 지우며 마음을 다듬던 순간들.
이 책은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시작된 관계의 기록이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고백도 없다.
그저 하루를 나누는 일이 쌓여갈 뿐이다.
그 쌓임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문장이 내 하루의 일부가 되어 있다.
사랑은 고백이 아니라, 습관처럼 스며든다.
지우지 못한 메일 하나쯤 마음에 남아 있다면, 이 이야기는 그 시간을 다시 조용히 불러낼지도 모른다.